군수님 노력이 헛되지 않았어요.
사설
43년간 잠들었던 원혼을 깨운 용기와 리더십
오태완 의령군수의 역사적 결단을 칭송하며
[경남뉴스]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벌어진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 중 하나였다. 56명의 무고한 주민이 생명을 잃고 34명이 중상을 입은 이 참극은 당시 군사정권의 보도통제로 은폐되어, 43년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금기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그런 가운데 오태완 의령군수가 보여준 용기와 결단력은 참으로 경이롭다. 역대 군수들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이다. 2021년 12월 당시 김부겸 총리와의 면담에서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며 국비 지원을 건의한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오태완 군수의 노력은 실로 감동적이다. 정부에 끈질기게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유족들과 지역민들의 오랜 한을 달래기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 마침내 '의령4·26추모공원'이 완성되었다. 이는 단순한 추모 시설을 넘어서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2024년 4월 26일 개최된 '제2회 의령4·26위령제'는 그야말로 역사적 순간이었다. 43년 동안 숨죽여 왔던 유족들의 응어리가 비로소 풀리는 순간이었고,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위령제는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태완 군수의 진정성은 전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SBS '꼬꼬무' 방송 이후 의령군청에 위령탑 건립을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현재도 주말마다 평균 300여 명이 추모공원을 찾고 있다. 이는 오 군수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희생자에 대한 예우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경찰청조차 의령4·26추모공원을 '경찰 역사 순례길' 코스에 추가하며 위로의 뜻을 표했다. 이는 아픈 역사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한 오태완 군수의 용기가 사회 전반의 성찰을 이끌어낸 결과이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궁류면 체육대회에서 면민들이 오태완 군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순간이었다. 43년간 아픔을 간직해온 마을 주민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그의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위령제 때 연신 허리를 숙이며 흐느끼던 유족 배병순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전달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오태완 군수는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추모공원을 복합문화역사공원으로 조성하여 미래 세대에게 역사 교육의 장을 제공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것도 이러한 교육적 의미 때문이다.
그는 "궁류 면민의 43년 아픔에 비하면 지난 삼사 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의 무게를 감당하며 정의를 세운 위대한 업적이다.
유가족들의 염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내년에는 위령탑 앞에서 위령제를 봉행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희생자들을 향한 더욱 정성스러운 추모의 마음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위령탑 건립을 위해서는 정부의 넉넉하고 신속한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43년간 방치되었던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오태완 군수가 보여준 노력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할 때이다. 국가가 나서서 충분한 예산을 지원한다면 유가족들의 한이 완전히 풀릴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국가의 도리이기도 하다.
특히 이 사건이 공권력에 의한 참극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오태완 군수가 당시 김부겸 총리에게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건의한 것처럼, 정부는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진정한 공복(公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외면하지 않고, 유족과 지역민의 아픔에 공감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의 이런 자세는 모든 공직자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이다.
43년간 잠들어 있던 원혼들이 비로소 평안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온전히 오태완 군수의 용기와 헌신 덕분이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를 세운 그의 결단력과 리더십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이제 위령탑 건립을 통해 유가족들의 마지막 소원까지 이뤄진다면, 의령군은 완전히 아픈 역사를 딛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오태완 군수의 탁월한 행정력과 도덕적 용기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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