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의회 입장문(6월16일자)
최근 의령군과 의령군의회 간의 갈등에 대한 일부 보도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의령군이 여러 차례 비슷한 보도자료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지금까지 의령군의회는 군의 보도자료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하며 협치를 요청해 왔지만, 군은 소통과 협치에 나서기보다는 사회단체를 선동하고 군정을 독단적으로 이끌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의령군의회는 군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군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민의 세금이 적절히 사용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군민을 대표하는 의회를 설득하기보다는 예산집행의 목적만을 앞세우며 예산의 타당성을 성찰하지 않고 있다.
의령군은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삭감된 사업들에 대해 다시 검토하거나 설명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의령군의회는 군민의 생명을 최우선시하며, 의료서비스에 관한 문제를 2023년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제기하고 해결을 위한 협치를 원했다. 그러나 군은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불투명한 예산을 지급하려고만 한다. 군에서 지원하는 응급실이라면, 세금이 사용되는 만큼 예산 사용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자료와 설명이 필수적이다. 의회는 군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분야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도 좋으며, 군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혔다.
의회가 군에 요구한 것은 예산 삭감이 아니라 예산 사용의 타당성이다.
군에서 계속 언급하는 청년공유주거사업도 예산심사에 더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제1회 추가경정예산 때도 지적했듯이 청년공유주거사업은 국비 10억, 군비 20억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군비가 국비의 2배다. 재정자립도가 8.04로 경남 18개 시·군 중에 17번째로 낮은 상황에서 군민을 위한 예산 20억을 국비 사업 매칭비용으로 사용하려면 사업효과가 있어야 한다.
특히 집행부에서 제시한 청년공유주거사업은 12개 호실을 만드는데 군비만 20억이 투입되어야 한다. 청년들을 위한 예산의 필요성은 의원 모두가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한 해당 사업 지역에 청년들의 거주 공간을 만든다면 누구라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의회의 생각이다. 한 호실에 한 명이 거주한다면 건축비만 2억이 넘는 집이 될 텐데, 도시의 시설물과 어떤 차별화와 특징이 있는지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
이렇게 국·도비를 확보하더라도 군비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국·도비보다 더 많은 군비가 들어가는 사업일수록 사업 초기 단계인 기획부터 내실을 다져야 한다. 군민에게 예산이 잘 사용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이 의회의 주기능 중 하나이다.
집행부의 대다수 공무원은 누구보다 바쁘고 힘들게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국·도비 사업을 가져오기 위한 노고에 대해서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한다.
그러나 사업비를 확보하기 전이나 시행 전에는 “마을이 발전될 것이다.” “변화될 것이다.”라고 희망을 주다가,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사후관리는 전혀 되지 않는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 놓아라'는 속담처럼, 사업을 위한 주민설명회 때와 사업이 실제 시작되었을 때의 모습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지금도 사업비를 확보해 야심 차게 지은 건물들을 보면, 군민들은 실망감과 함께 배신감을 느낀다. 현재 '행정사무감사 주민의견 접수'에도 군의 이러한 실정들이 접수되고 있다. 얼마 전에 개소한 '동부국민체육센터'도 다양한 문제점이 접수되고 있으며 부실 공사로 민원이 들끓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과 내기식 행정으로 군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싶은 저의가 궁금하다.
군수는 제9대 군의원과 첫 상견례 자리인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선자 교부식에서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며 새로 당선된 의원들을 치켜세우며 의령 발전을 위한 '공동 설계자'로 운명을 같이하자고 했다. 그러나 현재 군수는 이번 파행이 '의령군의회발(發)'이라며 군의회 의장을 고소까지 한 상태다. '의회주의자'라는 군수는 지금까지 직접 대화에 나서지도 않고 법적 조치를 취해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이는 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하는 처사로, 군민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의회, 즉 민주주의를 짓밟고 싶어 하는 태세다.
군수는 목불견첩(目不見睫)한 자세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군정을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의회도 이번 군과의 갈등으로 많은 공무원과 군민이 힘들어하는 것을 듣고 있다. 그러나 군정 독주에 맞서지 않고 관행처럼 의회의 기능을 저버린다면 의령의 미래는 더 어두울 것이다. 2023년 의령군 통합재정수지는 660억 적자였다. 몇 년째 계속된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실있는 행정이 절실할 때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며, 군민들을 위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의회는 맡은 기능에 충실히 임할 것이다.
2024. 06. 16.
의령군의회 의장 김규찬